혈액검사 결과지에 적힌 콩팥 기능 수치가 계산 공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 어떨까요? 같은 사람의 같은 혈액이라도 어떤 공식을 쓰느냐에 따라 “정상”과 “주의” 사이를 오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2026년 학술지 Clinical chemistry and laboratory medicine에 발표된 연구는 이 문제를 대규모 환자 기록으로 비교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연구가 밝힌 핵심 세 가지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먼저 알아둘 말, eGFR
콩팥은 혈액을 걸러 노폐물을 내보내는 장기이며, 이 걸러내는 능력을 사구체여과율(GFR)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이 값을 직접 재기가 번거롭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혈액 속 크레아티닌(근육에서 생기는 노폐물) 수치에 나이, 성별 등을 넣어 계산한 추정값, 즉 eGFR을 흔히 씁니다.
이 연구에서는 eGFR을 만드는 여러 공식의 성능을 비교했습니다. 비교 대상은 CKD-EPI 2009와 2021, MDRD, 소아용 슈워츠 침상(Schwartz bedside) 공식과 CKiD U25, 룬드-말뫼(Lund-Malmö, LM) 공식, 그리고 유럽 콩팥기능 컨소시엄이 만든 EKFC 공식입니다. 모두 크레아티닌을 바탕으로 하는 공식입니다.
어떻게 비교했을까
연구진은 노르웨이의 여러 대학병원 의무기록을 거슬러 올라가며 살폈습니다. 2005년부터 2024년까지의 기록 가운데 성인 5,552명과 소아 2,981명의 자료를 썼습니다. 기준으로 삼은 것은 아이오헥솔(iohexol)이라는 조영 물질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속도로 직접 잰 GFR, 즉 실측값이었습니다.
공식이 얼마나 잘 맞는지는 두 가지로 평가했습니다. 하나는 공식 값이 실측값보다 평균적으로 높게 또는 낮게 치우치는 정도(중앙값 편향)입니다. 다른 하나는 P30 정확도로, 공식 값이 실측값의 ±30% 안에 들어오는 비율을 말합니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공식이 실측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핵심 1. EKFC 공식이 전반적으로 가장 잘 맞았다
이 연구에서는 EKFC 공식이 성인에서 CKD-EPI 2009와 2021, MDRD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습니다. 2세 이상 소아에서도 슈워츠 침상 공식과 CKiD U25보다 나았습니다. 성인에서 룬드-말뫼 공식과는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연구진은 노르웨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할 때 EKFC 공식이 2세 이후 전 연령에서 크레아티닌 기반 공식 가운데 가장 적합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다만 이 결과는 노르웨이 병원에서 콩팥 기능 검사를 받은 환자들의 과거 기록에서 나온 것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지는 이 연구만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핵심 2. CKD-EPI 공식은 어린 층과 고령층에서 과대 추정했다
두 가지 CKD-EPI 공식은 이번 비교에서 정확도가 가장 낮았습니다. 특히 25세 미만의 젊은 층과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에서 실제보다 콩팥 기능을 높게 계산하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핵심 3. 공식을 바꾸면 만성콩팥병 환자 비율이 달라진다
세 번째는 공식을 바꿨을 때 생기는 변화입니다.
| 바꾸는 방향 | eGFR 값 | 만성콩팥병 3~5단계 비율 |
|---|---|---|
| CKD-EPI → EKFC | 낮아짐 | 높아짐 |
| 룬드-말뫼, MDRD → EKFC | 높아짐 | 낮아짐 |
같은 사람이라도 공식이 바뀌면 단계 구분선을 넘나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연구진은 공식을 EKFC로 바꾸는 경우 이런 임상적 영향을 의료진이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배경으로 보는 만성콩팥병
만성콩팥병은 우리나라 기준으로 3개월 이상 사구체여과율이 60 미만이거나, 소변의 알부민/크레아티닌 비가 30mg/g 이상인 상태를 말합니다. 단계는 G1부터 G5까지 나뉘며 숫자가 클수록 콩팥 기능이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위 표의 3~5단계가 바로 이 구간입니다.
NIDDK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 고혈압, 심장과 혈관 질환, 콩팥병 가족력이 있으면 위험이 커지고, 나이가 들수록 위험도 높아집니다. 이런 병을 오래 앓을수록 가능성도 더 커집니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로 확인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병이 진행하면 식욕 저하, 메스꺼움, 피로, 수면 문제, 집중력 저하, 거품뇨,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를 볼 때 기억할 점
이번 연구는 어떤 공식이 낫다는 점을 밝혔을 뿐, 개인에게 어떤 공식을 쓰라고 정하는 글은 아닙니다. 그러나 eGFR이 추정값이라는 사실, 그리고 병원마다 쓰는 공식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 결과지의 수치가 이전과 달라졌다면 몸 상태가 변한 것인지, 계산 방식이 달라진 것인지 의료진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혈액과 소변 검사를 받는 일도 중요합니다.
정리
- 이 연구에서는 EKFC 공식이 성인과 2세 이상 소아에서 전반적으로 가장 잘 맞았습니다.
- CKD-EPI 2009와 2021은 25세 미만과 65세 이상에서 콩팥 기능을 과대 추정했습니다.
- 공식을 바꾸면 만성콩팥병 3~5단계로 분류되는 비율이 오르거나 내릴 수 있습니다.
- 한계: 노르웨이 병원의 과거 기록을 바탕으로 한 연구이므로 결과 해석은 의료진과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증상과 치료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2026년 Clinical chemistry and laboratory medicine 발표 연구, NIDDK 자료 (링크 없음)